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1·2회, 권력이 비는 순간 드러난 욕망

LOG N LORE · SCREEN JOURNAL

권력이 사라진 밤,
욕망은 더 선명해졌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 1·2회 이야기 · 2026.09.09

스포일러 안내시즌1의 주요 설정과 시즌2 1·2회 전개를 포함합니다. 인물의 선택에 관한 해석과 이후 전개에 대한 예상은 확정된 줄거리와 구분했습니다.
백기태와 장건영 백기현 등 주요 인물을 배치한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메인 포스터
한자리에 모였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인물들. 시즌2 메인 포스터.공식 포스터 ·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게시: 머니투데이 · 이미지 출처 ↗
작품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장르 · 연출시대극 · 범죄 누아르 / 우민호
중심 인물현빈 · 정우성 · 우도환
공개디즈니+ / 총 6부작

작품 정보: 디즈니+ 작품 페이지 · 시즌2 공개 안내

01 · THE EMPTY SEAT

끝났다는 소식 앞에서,
누군가는 다음 자리를 계산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의 시작을 관통하는 감정은 혼란보다 조급함에 가깝다. 모두가 두려워하던 권력자가 사라졌는데, 남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슬퍼하거나 놀랄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지켜주던 이름이 더 이상 방패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1979년 10월 26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극중 상황에서 백기태가 먼저 알아차리는 것도 그 사실이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자신의 자리도 당장 다시 확보해야 한다.

이 출발이 흥미로운 이유는 백기태가 이미 상당한 것을 손에 넣은 인물이라는 데 있다. 올라갈 계단이 한참 남은 야심가와, 높이 올라온 뒤 발밑이 흔들리기 시작한 사람의 표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즌2는 성공 이후의 불안을 인물에게 붙여놓는다. 지위가 높아졌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알고 있으니, 다른 누군가도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잘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먼저 눈여겨볼 것은 누가 더 강하게 말하느냐보다 누가 먼저 상황의 의미를 바꾸느냐다. 국가적인 위기는 어떤 사람에게 수습해야 할 사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권한을 넓힐 기회다. 같은 소식을 듣고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순간 인물들의 속내가 드러난다. 백기태에게 비상사태는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이면서, 평소에는 통과할 수 없었던 문을 열어주는 조건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권력극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집중하게 되는 대목은 악인이 특별히 낯선 언어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임, 안정, 충성처럼 듣기 좋은 말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자기 몫을 챙기는 계산이 따라붙는다. 시즌2 초반의 백기태 역시 자신을 단순한 약탈자로 소개하지 않는다.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이유를 만들고, 그 이유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인다. 폭력보다 먼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그럴듯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02 · A PRIVATE RULE

백기태가 지키려는 선은
누구를 위한 선일까

시즌1에서 9년이 흐른 뒤, 백기태는 중앙정보부 차장이라는 자리에서 등장한다. 불법 사업을 통해 쌓아온 돈과 정보기관의 권한이 이제는 한 인물 안에서 더욱 단단하게 결합돼 있다. 그의 야망을 설명할 때 돈과 권력을 따로 떼어놓기 어려운 이유다. 돈은 단지 호화로운 생활을 위한 수단이 아니고, 권력은 단지 높은 직함이 아니다. 서로를 보호하고 더 크게 불려주는 관계에 가깝다. 디즈니+ 시즌2 소개 ↗

그런 백기태가 국내 마약 유통에는 선을 긋는다는 설정은 유난히 모순적으로 다가온다. 자기 나라 안에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 국경 밖에서 벌어지는 피해는 계산에서 지워진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모양으로 관리하려 한다. 이 정도의 원칙은 지키고 있다는 믿음이 더 큰 잘못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스스로를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악인의 논리가 여기서 또렷해진다.

게다가 그가 정한 금지선은 조직 전체의 양심과 같은 것이 아니다. 국내에도 마약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백기태가 통제한다고 믿었던 사업의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조직원들이 따르는 것은 윗사람의 도덕관보다 눈앞의 이익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에 개인적인 금기를 하나 붙인다고 해서 그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에게 돌아오는 배신은 돌발적인 사고라기보다 자신이 키운 방식의 결과처럼 느껴진다.

이때 백기태가 상대를 위협하며 질서를 되찾으려는 태도도 눈에 걸린다. 자신이 정한 규칙이 무너졌을 때 꺼내는 수단은 결국 공포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일인지, 자기 명령의 효력을 증명하는 일인지 의심하게 된다. 현빈이 맡은 이 인물을 무조건 통쾌한 승부사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이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과 그 일의 정당함은 별개의 문제인데, 백기태는 두 가지가 같은 것처럼 행동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주요 인물 열 명의 캐릭터 포스터 모음
각자의 욕망을 품은 열 인물. 디즈니+가 공개한 시즌2 캐릭터 포스터 모음.공식 캐릭터 포스터 · 게시: SBS연예뉴스 · 이미지 출처 ↗

03 · YUJI’S CHOICE

유지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허락으로 얻는 자리가 아니다

일본 조직의 후계 문제를 둘러싼 유지의 이야기는 백기태의 권력 다툼과 멀리 떨어진 곁가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을 함께 놓으면 공통점이 선명해진다. 능력을 보였다고 해서 자리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지에게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배경과 여성이라는 이유가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조직 안에서 무엇을 해왔는지보다 어떤 사람으로 태어났는지가 먼저 판단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유지를 억울한 인물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야기가 너무 단순해진다. 그에게도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이 있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권력과 거래하려는 의지가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이후의 선택을 모두 정당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두 면이 동시에 있어야 인물이 흥미롭다. 배제당하는 상황에는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그가 선택한 해결 방식에는 선뜻 박수를 보내기 어려워진다.

장경식 교수의 석방을 둘러싼 부탁과 협상은 두 세계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준다. 극중 억울하게 구금된 사람의 자유가 힘 있는 이들의 협상 재료로 다뤄지는 상황이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지지 한 표를 얻기 위한 조건이 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좋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옳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운명이 사적인 부탁에 달린 구조까지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다.

약속했던 지지가 흔들린 뒤 유지가 폭력을 통해 주도권을 가져오는 전개 역시 같은 질문을 남긴다. 자신을 억눌렀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과 그 질서의 꼭대기에 오르는 것은 얼마나 다를까. 지금 단계에서 그가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원하는 자리를 얻었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는 방식이 자신을 억압했던 사람들의 방식과 닮아 있다면 또 다른 굴레가 시작될 수 있다. 유지의 다음 선택이 궁금한 이유는 승리 이후에야 그 차이가 드러날 것 같아서다.

04 · WHO KNOWS FIRST

권력은 직함보다 먼저
정보가 오가는 길을 따라 움직인다

극중 10·26 이후의 움직임에서 백기태는 정보를 가진 사람과 결정을 내릴 사람 사이로 재빨리 들어간다. 누구를 어느 장소로 향하게 할 것인지, 사건을 누구에게 알릴 것인지가 곧 권력의 방향을 정한다. 여기서는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사실을 어떤 순서로 누구에게 전달하는지까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의 짧은 시간이 이후의 긴 권력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긴장이 생긴다.

백기태가 중앙정보부 부장 직무대행 자리를 차지하는 흐름도 승진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동안 자신을 필요한 사람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결과다. 하지만 필요하다는 평가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더 큰 세력이 상황을 장악하거나 다른 사람이 더 쓸모 있는 해법을 내놓으면 금세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직함이 올라가는 장면조차 안정적인 도착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자신의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

황대식이 이끄는 군부와 정보기관의 충돌은 이 불안을 조직의 규모로 키운다. 누가 사건을 조사하고, 누구의 말을 공식적인 설명으로 남길 것인지에 따라 살아남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 수사의 주도권이 정치적인 힘과 맞닿는 순간이다. 각자 국가를 수습하겠다고 나서지만, 상대에게 수습을 맡겼을 때 자신이 어떤 처지가 될지도 동시에 계산한다. 명분을 내세우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뒤에서 지키려는 사적인 것이 무엇인지 더 살펴보게 된다.

나는 이 대립을 어느 편이 더 유능한가의 경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위기를 처리하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해서 그 사람이 권력을 독점해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빠르고 정확하게 상황을 이용하는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보는 쪽도 어느새 효율만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시즌2의 재미는 그 유혹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만, 동시에 거기서 잠깐 멈춰볼 필요도 있다. 백기태가 이기는 장면과 문제가 해결되는 장면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백기태의 중앙정보부 부장 직무대행 임명과 장건영의 반격을 보여주는 공식 예고편 이미지
새로운 자리에 오른 백기태와 다시 나타난 장건영. 시즌2 공식 예고편 공개 이미지.공식 예고편 이미지 ·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게시: 머니투데이 · 이미지 출처 ↗

05 · BORROWED LOYALTY

천석중과 백기태,
믿음이라는 말로 묶인 불안한 동행

천석중과 백기태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권력자 주변의 친밀함이 얼마나 상황에 민감한지 생각하게 된다. 같은 사람을 바라보며 충성을 말하던 이들이 그 중심이 사라진 뒤에도 같은 편일 수 있을까. 과거에 가까웠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이익이 같으리라는 보장이 아니다. 두 사람이 손을 잡는 흐름에는 동료를 향한 정뿐 아니라 혼자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함께 들어 있는 듯하다. 서로를 믿는다는 말이 절실할수록 그 믿음의 조건도 더 궁금해진다.

백기태가 천석중에게 건네는 제안은 살아남을 길을 보여주는 동시에 더 위험한 선택으로 이끄는 유혹이다.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앞에서, 과격한 행동은 갑자기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이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성공에 대한 낙관만이 아니다.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손실을 크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 역시 설득의 일부다. 백기태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느냐만큼 무엇을 두려워하느냐도 읽는 인물로 보인다.

과거의 지도자를 계승한다는 명분이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떠난 사람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승인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 남은 사람들이 그 뜻을 대신 설명하면서 자기 행동에 권위를 덧붙일 뿐이다. 충성의 대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충성이라는 말이 더 유용해지는 역설이다. 누구의 뜻을 잇겠다는 선언을 들을 때, 실제로 그 선택의 이익이 돌아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함께 보는 편이 이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치적 야망을 뒷받침하는 자금 역시 이 동행의 성격을 드러낸다. 오랜 불법 사업으로 모은 돈이 더 큰 권력에 접근하기 위한 준비물이 되는 순간, 이전의 범죄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의 기반이 된다. 백소영이 자금을 준비하는 역할도 그 연결을 보게 한다. 앞에서 큰 결정을 내리는 인물만으로 권력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돈을 움직이고 조직을 돌리는 사람이 있어야 선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06 · BLOOD AND CONVICTION

백기현이 마주한 사람은
적이기 전에 형이다

백기태를 향한 위협이 외부에서만 온다면 대결의 모양은 비교적 단순했을 것이다. 자신을 막는 사람을 찾아 제거하거나 거래하면 된다. 그런데 백기현이 그 앞에 서면 문제가 달라진다. 가족이라는 관계에는 지금의 이해관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선택을 할 때 느끼는 당혹감은 처음부터 적이었던 사람에게 느끼는 경계심과는 다르다. 형제의 대립이 더 가까운 거리에서 긴장을 만드는 이유다.

공개된 취조실 스틸은 그 관계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백기태는 탁자에 걸터앉아 있고, 군복을 입은 백기현은 바로 앞에 서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짧지만 장면은 친밀해 보이지 않는다. 공간을 차갑게 나누는 조명과 서로 물러서지 않는 자세 때문에, 가족끼리 나눌 수 있는 말과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말이 부딪히는 듯하다. 스틸 한 장만으로 대화의 결말을 알 수는 없지만, 편하게 화해하기 어려운 구도라는 인상은 분명하다. 공식 공개 스틸 안내 ↗

다만 백기현을 형의 잘못을 바로잡으러 온 양심적인 동생으로 미리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그에게도 자신이 가려는 방향이 있고, 자신이 속한 조직과 지켜야 한다고 믿는 신념이 있다. 형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선택이 항상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따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그가 어떤 권력을 인정하고 어떤 대가를 받아들일 것인지까지 봐야 인물이 입체적으로 남을 것 같다.

이 관계에서 앞으로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서로를 설득하는 방식이다. 백기태가 다른 사람에게 통했던 회유와 위협을 동생에게도 그대로 쓸 수 있을지, 백기현이 형을 잘 안다는 확신 때문에 오히려 판단을 그르칠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주저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더 가혹해질 수도 있다. 아직 그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긴장된다.

어두운 취조실에서 탁자에 앉은 백기태와 군복을 입고 서 있는 백기현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한 형제. 1·2회 공개에 맞춰 배포된 공식 스틸.공식 홍보 스틸 · 제공: 디즈니+ · 게시: 뉴스핌 · 이미지 출처 ↗

07 · NINE YEARS LATER

장건영의 귀환은
백기태가 지워두었던 시간을 되돌린다

백기태에게 지난 9년이 영향력을 넓혀온 시간이었다면, 장건영에게는 자신을 무너뜨린 상대를 다시 마주하기까지 견뎌야 했던 시간이다. 같은 세월이 한쪽에는 경력이 되고 다른 쪽에는 상처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장건영이 다시 나타나는 순간은 단순히 강한 적이 추가되는 장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백기태가 현재의 자리와 새로운 계획에 집중하는 동안 밀어두었던 과거가 직접 그의 앞에 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건영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는 백기태를 막아주리라는 기대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한 사람을 향해 반격을 준비했다면, 그 목표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차지하게 되었을지도 궁금하다. 잘못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일과 그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만이 목적이 되는 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지금 장건영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까지 확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복수가 길어질수록 그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불안이 인물의 등장을 더 무겁게 만든다.

여기에 백기현이 놓이면 대결은 단순한 재대결을 벗어난다. 백기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이유와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장건영에게는 반드시 다시 만나야 했던 상대가, 백기현에게는 쉽게 끊어낼 수 없는 형이다. 당장 같은 행동을 택하더라도 그 행동을 멈출 기준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누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만 따라가는 것보다, 같은 편처럼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남아 있는지 살피는 쪽이 더 흥미롭다.

초반에 등장하는 강한 반격의 순간도 곧바로 모든 승부가 뒤집혔다고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 번 상대를 놀라게 하는 것과 그 상대가 가진 돈, 조직,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백기태 역시 궁지에 몰렸을 때 새로운 수를 찾는 인물이다. 결국 관건은 누가 더 큰 충격을 주느냐뿐 아니라, 충격이 지나간 뒤에도 자신의 선택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남은 회차에서는 그 버티는 힘의 차이가 드러나길 기대한다.

08 · FICTION AND HISTORY

익숙한 역사 위에 놓인 허구,
그 사이의 거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을 따라갈 때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하고 싶다. 실제 역사적 시기와 사건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과 등장인물의 행동이 실제 기록이라는 것은 다른 말이다. 백기태를 중심으로 한 권력 다툼, 불법 사업, 인물들의 사적인 거래는 드라마의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익숙한 날짜와 기관 이름이 등장하면 허구에도 실제 있었던 일 같은 무게가 붙는다. 그 효과가 몰입을 만들지만, 장면 하나를 그대로 역사적 사실처럼 옮겨 기억하지는 않는 편이 좋겠다.

오히려 허구이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실제 사건의 정답을 맞히려 하기보다, 이 인물이 왜 그 순간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누가 어느 실존 인물을 닮았는지 찾아보는 재미와 별개로 백기태에게는 백기태 자신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 그의 행동이 이야기 안에서 설득되는지가 먼저다. 배경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인물의 욕망과 선택의 대가가 충분히 전달된다면 권력극으로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시각적으로도 중요한 것은 시대를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의 개수보다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맺는 관계다. 공식 포스터에는 많은 인물이 들어 있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함께 놓여 있어도 각자의 계산이 있다는 인상이다. 취조실처럼 출구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는 작은 자세의 차이도 위압적으로 읽힌다. 이런 이미지들은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누구와 누구 사이에 거리가 생겼는지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무거운 분위기와 복잡한 관계가 이어지면 피로해질 여지도 있다. 모든 인물이 의미심장한 말만 하고 실제 선택의 결과가 늦게 따라온다면 긴장이 쌓이기보다 정체될 수 있다. 그래서 이후에는 새로운 비밀을 계속 추가하는 것만큼 이미 한 결정의 대가를 충분히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일수록 누구의 설명을 기억해야 하는가보다 누구의 행동을 지켜보고 싶은가가 몰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09 · WHAT REMAINS

누가 정상에 서느냐보다
무엇을 버리고 올라가느냐

1·2회가 남기는 가장 큰 궁금증은 백기태의 야망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느냐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더는 유지되지 못하느냐다. 자신만의 원칙, 함께 일해온 사람들과의 관계, 가족에게 보여온 얼굴 가운데 무엇부터 무너질까. 모든 것을 손에 쥔 듯한 인물도 각각의 관계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 결국 모순을 감당해야 한다. 시즌2는 그 모순을 한곳에 모아놓고 서로 충돌시키기 시작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승패만 기다리기보다 인물마다 사용하는 명분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국가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 가족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 잘못된 일을 바로잡겠다는 사람의 설명이 실제 행동과 얼마나 맞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말이 바뀌는 순간에도 이유가 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해서 바꾸는지, 새로운 선택을 정당화하려고 바꾸는지에 따라 같은 대사도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반대로 시원한 응징이나 분명한 편 가르기를 기대한다면 잠시 답답할 수도 있다. 백기태에게 맞서는 인물이라고 해서 곧바로 편안하게 응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다음 위협까지 없애주지도 않는다. 나는 그 불편함이 이 작품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성공을 바라면서도 그 성공이 다른 사람에게 남길 피해를 함께 떠올리게 만드는 쪽이, 권력이라는 소재를 더 오래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직 두 회만으로 시즌 전체의 완성도나 인물들의 최종 목적지를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더 높이 올라간 백기태 앞에 예전 방식으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관계들이 놓였다는 점이다. 유지에게는 승리 이후의 선택이, 백기현에게는 가족과 자기 신념의 거리가, 장건영에게는 오래 준비한 반격의 방향이 남아 있다. 이들이 서로를 흔드는 과정에서 처음 내세웠던 이유를 얼마나 지켜낼지, 그 변화를 다음 회차에서 보고 싶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공개 일정

총 6부작이며, 디즈니+에서 아래 일정으로 2회씩 공개됩니다.

2026년 시즌2 에피소드 공개일
공개일회차
9월 9일 수요일1·2회
9월 16일 수요일3·4회
9월 23일 수요일5·6회

일정 확인: 디즈니+ 공개 일정 보도 · 2026년 9월 9일 기준

IMAGE CREDIT · Disney+

본문에는 디즈니+가 공개한 시즌2 공식 포스터, 예고편 이미지 및 홍보 스틸을 작품 소개와 비평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각 이미지 아래에 실제 게시처를 연결했습니다. 이미지와 작품의 권리는 Disney 및 각 권리자에게 있으며, 원본에 포함된 로고와 권리 표기를 유지했습니다. 본 글은 디즈니+의 공식 게시물이나 제휴 콘텐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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