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DATA BREACH
탈퇴한 계정 887만 개가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티빙에서 3,954만 계정이 유출됐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뜯어보면 절반 가까이가 이미 서비스를 떠난 사람들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2024년에 이미 그 취약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2026년 9월 4일 확인 · 약 10분 분량
사건
티빙 개인정보 유출
유출 규모
3,954만 계정 (중복 포함)
실제 인원
약 1,950만 명
발생 시점
2026년 5월
공식 사과
2026년 9월 3일
검토 방식
공식 발표 및 복수 매체 교차 검토
저는 티빙을 몇 년 전에 탈퇴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를 처음 봤을 때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출 계정 구성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탈퇴 계정 887만 개. 저처럼 이미 떠난 사람들의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다가 함께 털린 겁니다.
개인정보 유출 뉴스는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숫자만 커질 뿐 패턴이 늘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헤드라인만 보고 넘길 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건은 두 가지가 걸렸습니다. 이미 떠난 사람들의 정보가 절반 가까이였다는 것, 그리고 회사가 그 구멍을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공격자가 접속키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냈습니다. 개발·운영 환경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노출돼 있었고, 그걸 그대로 쓴 겁니다. 계정 정보뿐 아니라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 361건, 30.35GB도 함께 나갔습니다.
유출을 의심한 시점에서 신고까지 24시간을 넘겼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이고,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방침이 나왔습니다.
3,954만이라는 숫자의 정체
이 숫자를 처음 보면 이상합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5,100만 명 남짓인데 계정이 3,954만 개라니요. 뜯어보면 이유가 나옵니다.
| 구분 | 계정 수 | 비중 | 성격 |
|---|---|---|---|
| 활성 | 2,206만 | 55.8% | 현재 이용 중 |
| 휴면 | 850만 | 21.5% | 장기 미접속 |
| 탈퇴 | 887만 | 22.4% | 이미 관계가 끝난 사람 |
| 테스트 | 11만 | 0.3% | 내부 개발용 |
| 합계 | 3,954만 | 100% | 중복 포함 |
한 사용자가 최대 13개까지 계정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중복이 발생합니다. 중복을 제외한 실제 피해 인원은 약 1,95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해킹 사고 기사를 볼 때마다 저는 한 가지를 봅니다. 몰라서 당했는가, 알고도 안 고쳤는가.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번 건은 후자입니다. 티빙은 2024년에 이미 개발·운영 환경 접속키가 노출되는 취약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문을 잠그지 않은 게 아니라, 잠기지 않는 문이라는 걸 알면서 2년을 그냥 둔 겁니다.
여기에 신고 지연이 겹칩니다. 5월 31일 오전 10시 10분에 정보보안팀에 전파됐고, 신고는 6월 1일 오후 3시 8분이었습니다. 법이 정한 24시간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공식 사과는 9월 3일이었습니다. 유출로부터 석 달이 지난 시점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가 한 줄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취약점을 알고도 미룬 것, 신고를 미룬 것, 공개를 미룬 것. 개별 실수가 아니라 같은 판단 기준이 세 번 작동한 결과로 읽힙니다.
탈퇴 계정 887만 개는 왜 남아 있었을까요
이 부분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대목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1조는 보유 기간이 지나거나 처리 목적을 이룬 개인정보는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5일 이내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다른 법령이 일정 기간 보관을 요구하는 경우 — 전자상거래법상 결제·계약 기록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그건 보관해야 할 항목만 따로 떼어 분리 보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887만 개의 계정 정보가 통째로 같은 곳에 남아 있다가 함께 털렸다면, 그 원칙이 지켜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티빙 쪽에서 왜 지우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게 보상안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라고 봅니다.
보상안은 적절할까요
| 항목 | 내용 |
|---|---|
| 안심보험 | 해킹·피싱 관련 사기 피해 1년간 보장, 1인당 최대 300만 원 |
| 티빙 포인트 | 5,000원 상당 |
| 쿠폰 | 웨이브 AVOD 1개월(5,500원 상당) 또는 CGV 콤보 5,000원 할인 중 택 1 |
| 신청 기간 | 9월 7일 ~ 9월 30일 · 적용 10월 6일부터 |
| 탈퇴 회원 | 보상을 받으려면 재가입해야 함 |
티빙은 1인당 약 2만 원 수준으로 추산했고, 전체 규모는 2,000억 원대로 발표했습니다. 보안 투자도 4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보안 투자 4배는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다만 마지막 줄이 걸립니다. 탈퇴한 사람이 보상을 받으려면 다시 가입해야 합니다.
떠난 사람의 정보를 지우지 않아 사고를 냈는데, 그 사람에게 사과하려면 다시 회원이 되라고 하는 구조입니다. 경실련은 “쿠폰 몇 장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제재 수위가 곧 나올 전망입니다.
지금 해야 할 다섯 가지
티빙을 쓰든 안 쓰든, 예전에 탈퇴했더라도 해당됩니다. 순서대로 하시면 됩니다. 전부 무료이고 정부·공공기관이 운영합니다.
02 같은 비밀번호를 쓰는 곳을 전부 바꿉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유출 뒤 가장 먼저 오는 공격이 크리덴셜 스터핑입니다. 한 곳에서 털린 아이디·비밀번호 조합을 자동화 도구로 수백 개 사이트에 차례로 넣어보는 방식이죠. 사람이 같은 비밀번호를 돌려 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성립하는 공격입니다.
그래서 티빙 비밀번호만 바꾸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같은 조합을 쓰던 모든 서비스를 바꿔야 합니다. 순서는 이메일 → 금융 → 나머지입니다. 이메일이 뚫리면 다른 서비스의 비밀번호 재설정까지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2단계 인증도 이참에 켜두시길 권합니다.
03 내 명의로 가입된 것이 있는지 봅니다
내 이름으로 개통된 통신 회선을 조회하고, 신규 가입을 아예 막아둘 수도 있습니다. 명의도용은 유출 뒤 가장 흔한 2차 피해입니다.
04 안 쓰는 사이트를 정리합니다
이번 사건이 알려준 교훈입니다. 내 본인확인 내역을 조회하고, 잊고 있던 사이트를 한 번에 탈퇴할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계정이 적을수록 다음 사고에서 잃을 것도 적습니다.
05 피해가 생기면 바로 신고합니다
이상한 인증 문자, 모르는 결제, 사칭 연락이 오면 미루지 마세요. 전화는 국번 없이 118번, 24시간 무료입니다.
주의 이런 사고 뒤에는 반드시 “보상 신청하세요”라는 문자와 메일이 돌아다닙니다. 링크를 누르지 마세요. 티빙 보상은 9월 7일부터 티빙 앱과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신청합니다. 문자로 온 주소는 열지 말고 직접 앱을 켜서 확인하세요.
다른 시선은 어떻게 봤을까요?
저는 경실련의 지적이 핵심을 짚었다고 봅니다. 보상 규모 자체는 작지 않습니다. 다만 2,000억 원을 쓰면서도 ‘재가입 후 보상’이라는 문장을 남겼다는 게, 이 회사가 이 사건을 어떤 성격으로 보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남는 질문
확인된 사실
- 유출 3,954만 계정 · 중복 제외 약 1,950만 명
- 2024년 접속키 취약점을 인지하고도 미개선
- 신고 24시간 초과 ·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방침
- 보상 신청 9월 7~30일, 적용 10월 6일부터
아직 남은 것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재 수위가 아직 안 나왔습니다
- 탈퇴 계정을 왜 지우지 않았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 함께 나간 개발 프로젝트 30GB의 내용도 불명확합니다
- 비밀번호가 어떤 형태로 저장돼 있었는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사건은 이용자보다 사내 시스템을 굴리는 쪽이 더 뼈아프게 볼 대목이 많습니다. 접속키 노출은 어느 조직에나 있는 문제입니다. 개발 환경에 뚫린 구멍이 곧 운영 데이터로 이어지는 구조도 흔하고요.
차이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발견한 다음의 처리 속도입니다. 취약점 목록에 올려두고 ‘나중에’로 미룬 항목이 몇 개나 되는지, 그게 몇 달째인지 —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그겁니다. 테스트 계정 11만 개가 운영 데이터와 같은 곳에 있었다는 사실도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총평
이번 사건에서 가장 오래 남는 숫자는 3,954만이 아니라 887만입니다. 서비스를 떠난 사람들의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 보관하지 않았다면 유출될 수도 없었습니다. 가장 안전한 데이터는 지운 데이터입니다.
언급된 회사명·서비스명·상표는 각 소유자의 재산이며, 본 글은 어느 회사의 승인이나 후원, 협찬도 받지 않은 독립적인 글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전문가나 관계 기관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글 · 룬마루 | LOG N L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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