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에도 비가 내려요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화면
잔잔한 물 위에 손끝을 대면 물결이 번지고, 가만히 두면 혼자 비가 내립니다. 점수도 목표도 시간 제한도 없습니다. 아래는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고 무엇을 보려고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을 만든 이유
화면 속 대부분의 것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읽으라고 하고, 누르라고 하고, 더 보라고 합니다. 잠깐 쉬려고 켠 화면조차 다음에 볼 것을 계속 밀어 넣습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화면이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점수도, 단계도, 목표도, 끝도 없습니다. 잘하고 못하고가 없으니 실패할 수도 없습니다. 손끝을 천천히 움직이면 물결이 번지고, 손을 떼면 조용히 사라집니다. 그게 전부이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을 내맘에도 비가 내려요로 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는 우리가 부탁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옵니다.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를 못 찾아도 그냥 그런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 이 화면을 열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물결은 계속 생깁니다. 그 장면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하는 방법
- 1그냥 바라봅니다. 손을 대지 않아도 잔잔한 빗방울이 계속 떨어집니다. 시작 버튼도 없습니다.
- 2천천히 문지릅니다. 마우스를 올려 움직이거나, 휴대폰이라면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 보세요. 지나간 자리를 따라 물결이 이어집니다.
- 3가끔 톡 눌러 봅니다. 한 번 누르면 큰 물결 하나가 퍼지고, 그 뒤로 잔물결 두세 개가 따라옵니다. 빗방울 하나가 수면에 떨어질 때와 같은 모습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면 물결이 커집니다
손을 빠르게 움직일수록 물결이 크고 진하게, 오래 남습니다. 반대로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 작고 여린 물결이 촘촘히 이어집니다. 세게 그으면 요란하고 천천히 그으면 잔잔한 것이 실제 물과 같습니다. 마음이 급할 때와 가라앉았을 때 화면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화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
물결 하나하나는 태어나서 사라질 때까지 정해진 삶을 삽니다.
| 단계 | 일어나는 일 |
|---|---|
| 태어남 |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해 잠깐 사이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
| 퍼짐 | 처음엔 빠르게 번지다가 점점 느려집니다. 물이 실제로 그렇습니다 |
| 얇아짐 | 커질수록 선이 가늘어집니다. 힘이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
| 여운 | 절반 조금 넘는 확률로 안쪽에 고리가 하나 더 생깁니다 |
| 사라짐 | 투명해지며 없어지고, 그 순간 화면에서 완전히 지워집니다 |
여러 물결이 겹치는 자리는 조금 더 밝아집니다. 빛이 겹치듯 더해지도록 그렸기 때문인데, 손이 지나간 길이 은은하게 빛나 보이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만들면서 신경 쓴 것들
속도가 달라도 고르게 번지도록
마우스가 움직일 때마다 물결을 하나씩 만드는 방식이 가장 간단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빠르게 그을 때는 점선처럼 뚝뚝 끊기고, 천천히 그을 때는 한자리에 뭉쳐 지저분해집니다. 움직인 거리를 따로 쌓아두었다가 일정 간격마다 지나온 길 위에 물결을 놓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덕분에 손이 빠르든 느리든 자국이 고르게 이어집니다.
가만히 둬도 살아 있도록
손을 떼면 멈추는 화면은 결국 아무도 다시 열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0.3초에서 0.9초 사이마다 빗방울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처음 화면을 열었을 때도 이미 몇 방울이 번지고 있도록 미리 뿌려 두었습니다. 덕분에 켜두기만 해도 조용한 배경이 됩니다.
화면 크기가 바뀌어도 흐려지지 않도록
휴대폰과 노트북은 화면 밀도가 다릅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물결 선이 뿌옇게 번집니다. 기기 밀도에 맞춰 그리되 지나치게 높은 배율에서는 상한을 두어, 선명함과 배터리 사이의 균형을 잡았습니다. 창 크기를 바꾸거나 휴대폰을 돌려도 그때그때 다시 맞춥니다.
기기를 힘들게 하지 않도록
사라진 물결은 그 순간 목록에서 빠집니다. 오래 켜두어도 쌓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마구 문질러도 동시에 존재하는 물결은 220개에서 멈춥니다. 실제로 재보니 물결 하나를 그리는 데 0.003밀리초가 들어서, 가장 많을 때에도 한 장면을 그리는 비용이 1밀리초를 넘지 않습니다. 오래된 휴대폰에서도 부드럽게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물결은 왜 그렇게 움직이나
수면에 무언가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동그란 파문이 밖으로 퍼져 나갑니다. 이때 처음 주어진 힘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원이 커질수록 그 힘이 점점 더 긴 둘레에 나뉘어 실리기 때문에, 한 지점이 받는 몫은 계속 줄어듭니다. 물결이 커질수록 흐려지고 가늘어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퍼지는 속도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갓 생긴 파문은 빠르게 벌어지다가 거리가 멀어질수록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이 작품에서도 처음엔 성큼 벌어지다 끝에서 거의 멈추듯 퍼지게 계산했습니다. 일정한 속도로 커지게 두면 원이 기계적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나서 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수면에서는 파문 하나가 아니라 여러 겹의 고리가 함께 생깁니다. 그래서 물결의 절반 조금 넘는 경우에 안쪽에 고리를 하나 더 그렸습니다. 전부에 넣으면 규칙적으로 보여 오히려 인공적이라, 일부러 어떤 것에는 넣고 어떤 것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불규칙함이 자연스러움을 만듭니다.
물결이 겹치는 자리가 밝아지는 것도 물의 성질입니다. 두 파문이 만나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높이가 더해집니다. 실제 수면에서 파문이 교차하는 지점이 유난히 반짝이는 이유이고, 이 작품에서 손이 지나간 길이 은은하게 빛나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 짙은 남색인가
배경색은 여러 번 바꿔 본 끝에 짙은 남색으로 정했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 밝은 배경은 쉬는 데 방해가 됩니다. 어두운 방에서 흰 화면을 보면 눈이 계속 긴장합니다. 잠들기 전이나 늦은 밤에 켤 것을 생각하면 어두운 쪽이 맞았습니다.
- 물결이 빛처럼 보여야 했습니다. 밝은 바탕에 옅은 선을 그으면 그저 흐린 원으로 보입니다. 어두운 물 위에 놓아야 빛나는 것으로 읽힙니다.
- 검정보다 남색이 덜 답답합니다. 완전한 검정은 화면이 꺼진 것처럼 보이고 차갑게 느껴집니다. 위쪽을 살짝 밝게, 아래로 갈수록 깊어지게 두어 내려다보는 물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가장자리를 어둡게 눌러 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네모난 화면의 경계가 또렷하면 그림이 아니라 창처럼 보입니다. 테두리를 흐리면 물이 화면 밖으로도 이어져 있는 듯한 인상이 생깁니다.
이렇게 써 보세요
- 일하다 잠깐. 삼십 초만 문지르고 돌아가도 눈이 한결 편해집니다.
- 잠들기 전에. 소리가 없어서 조용한 방에서도 켜둘 수 있습니다.
- 생각이 엉킬 때. 손을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호흡도 같이 느려집니다.
- 아이와 함께. 규칙을 몰라도 되고 틀릴 일도 없어 어린아이도 바로 놉니다.
- 그냥 켜두기. 다른 창에서 일하는 동안 배경으로 두어도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멍때리기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한곳을 바라보는 시간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머리를 계속 쓰다 보면 오히려 판단이 무뎌지는데,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이에 생각이 저절로 정리되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셨을 겁니다. 산책하다 문득 답이 떠오르거나, 샤워하다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다만 진짜로 멍때리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손이 먼저 휴대폰을 찾습니다. 눈이 머물 곳은 있지만 머리를 쓸 일은 없는 화면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작품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정보 · 이 작품은 브라우저 안에서만 동작합니다. 손이 지나간 자리도, 머문 시간도 저장하거나 전송하지 않습니다. 로그인이나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지 않으며, 페이지를 닫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용 환경 · 최신 크롬, 엣지, 사파리, 파이어폭스에서 동작합니다. 설치나 플러그인이 필요하지 않고 이용료도 없습니다. 이미지 파일이나 외부 라이브러리를 하나도 불러오지 않아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저작권 · 화면 구성과 코드는 로그엔로어에서 직접 제작했습니다. 외부에서 가져온 이미지나 음원이 없으며, 물결의 움직임은 전부 코드로 계산해 그립니다. 개인적인 감상 용도로 자유롭게 즐기시되, 코드를 그대로 복제해 재배포하는 것은 삼가 주세요.
알아두실 것 · 이 작품은 휴식을 돕는 감상용 화면일 뿐, 치료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오래 무겁거나 일상이 힘드시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는 24시간 언제나 연결됩니다.